탈북화가 송벽 “北개방 염원해 ‘김정일 얼굴+먼로몸’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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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 CNN, 美서 개인전 갖는 탈북화가 송벽씨 집중소개

탈북화가 송벽 씨가 자신이 그린 ‘소년 전사(Child Warrior)’ 작품 앞에 서 있다. 송 씨는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회가 북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메릴린 먼로로 희화화한 김정일. 사진 출처 CNN
탈북화가 송벽 씨가 자신이 그린 ‘소년 전사(Child Warrior)’ 작품 앞에 서 있다. 송 씨는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회가 북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메릴린 먼로로 희화화한 김정일. 사진 출처 CNN
“저는 북한 신봉자였습니다. 북한은 순수한 나라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선 위대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땐 못 느꼈지만 지금은 엄청난 분노가 치밉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선전선동화를 그리다 탈출한 탈북 화가 송벽 씨(43)는 북한의 핵심 당원이었다. 하지만 배가 고픈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1990년대 중반 배고픔을 참지 못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려고 했다. 강을 헤엄쳐 절반쯤 건넜을까, 뒤에 따라 오던 아버지가 급류에 휩쓸렸다. 다시 돌아와 아버지를 구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버지 시신이나마 찾기 위해 북한 쪽 두만강변을 뒤지다 국가보위대 요원에게 붙잡혔다.

“누구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잡힌 사람들은 모두 죽도록 두드려 맞았습니다.”

CNN은 27일 북한 선전선동화가로 활동하다 탈북해 지금은 한국에서 현대 화가로 변신한 송 씨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황해도 출신인 그는 취미로 그리던 그림 실력이 북한 당국의 눈에 띄어 7년 동안 김일성과 북한체제를 위한 선전선동화를 그렸다. 한 차례 실패 끝에 2002년 탈북에 성공한 그는 공주사범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해 지금은 명실상부한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예전에 북한에서 그린 선전화는 영웅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 노동자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공장 근처에서 사열을 받는 그림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그의 그림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릴린 먼로가 스커트를 붙잡는 유명한 그림에 먼로 얼굴 대신 김정일의 얼굴로 바꾼 그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작품이다. 송 씨는 ‘옷을 벗어 던지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어린이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활짝 펴고 있는 그림에는 양쪽에 날개가 덧붙어 있다. 그는 “탈북자들은 북한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고 있으며 나는 그림을 통해 북한 주민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에 부러울 것 없다’는 구호가 적힌 셔츠를 입고 있는 북한 아이들의 손에 새 운동화가 들려 있는 그림도 있다. 송 씨는 “부모님은 새 신발이 닳을까 봐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신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인전을 연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워싱턴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탈붇화가#송벽#송벽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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