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 이사하면 한동안 집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빵집’ ‘세탁소’같이 이전에 봐놨던 몇 개의 중요 지점을 기억해 찾아가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세바스티앵 루아예 박사와 김진현 박사는 미국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뇌의 ‘장소세포’가 정보를 어떻게 습득하고 기억해 내는지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기억을 하고, 공간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 뇌 속 해마(Hippocampus)에는 길을 찾기 위해 특정 위치를 기억하는 장소세포가 있다. 지금까지는 장소세포를 작동시키는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생쥐의 머리에 8개의 탐침(探針·뇌파 신호를 체크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침)을 꽂은 뒤 특수 제작된 1.8m 길이의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도록 했다. 트레드밀 위에는 생쥐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벨크로(찍찍이)와 울퉁불퉁한 점, 실리콘 돌출물 등을 설치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특정 위치를 지날 때마다 생쥐 뇌에서 각기 다른 장소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해마 손상으로 생기는 간질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3월 2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