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24시간 핫라인… 작년 2800건 응급의료 지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 국내 최대 규모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43년 만에 첫 언론 공개

《 지난해 3월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필리핀 국적의 80대 여성 승객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옆에 같이 타고 있던 딸은 “어머니가 평소 고혈압과 천식,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승무원은 곧바로 위성전화로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응급의학전문의에게 환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 동시에 조종사는 대한항공 통제센터에 교신을 취해 토론토 공항에 의료진을 대기시켰다. 》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항공의료센터에서 응급처치술 교육과정을 이수 해야 한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항공의료센터에서 응급처치술 교육과정을 이수 해야 한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심혈관 질환은 빠른 응급처치가 생명을 좌우한다. 이런 비상상황 시 항공의료센터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내에 의사가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의사가 있으면 협업을 하고, 없을 때에는 승무원에게 위성전화를 통해 세부 지시를 내린다. 항공의료센터는 비행기에 타고 있던 호주 국적의 여의사와 협업을 시도했다. 기내에는 심전도 모니터, 천식 흡입제 등 응급장비가 있어 항공의료센터는 호주 의사, 승무원과 함께 환자에 대한 비상조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 환자는 토론토에 도착할 때쯤 의식을 되찾아 걸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비행기는 언제든지 응급의료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비행 중 신생아를 받아내기도 한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는 ‘하늘의 응급실’로 돌변할 수 있는 비행기 내 탑승객의 건강과 안전을 챙겨주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의료전문기관이다.

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5층 항공의료센터를 찾았다. 이곳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1969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항공의료센터는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항공사와의 경쟁을 의식해 그동안 공개를 꺼렸다.

2150m²(약 650평) 규모에 항공의학전문의 5명을 비롯해 가정의학, 내과, 응급의학 전문의, 간호사 34명 등 80명에 이르는 의료진과 전문적인 설비를 갖춰 어지간한 병원 못지않았다. 또 서울대 연세대 인하대 이화여대 등 각 대학병원 자문의 60여 명이 항공의료센터와 핫라인으로 연결돼 있다.

항공의료센터의 기본적인 목적은 기내 승무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곳의 각종 의료설비는 혹시 생길 수 있는 조종사의 건강 이상을 정밀하게 진찰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시력검사도 그 흔한 시력검사표가 아니다. 녹내장, 망막질환까지 꼼꼼히 살핀다. 조종사의 가장 큰 건강 변수는 ‘시력’이기 때문이다.

변종근 항공의료센터장은 “항공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유능한 조종사”라며 “조종사의 건강을 수시로 관리해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 치료해 현장에 빨리 복귀시키는 게 항공의료센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의 질환이 최종 확진되는 시점부터 2년간 유급휴가를 주며 치료에 전념하도록 한다. 이 같은 ‘관리’ 덕택에 대한항공 조종사는 조종사로 활동할 수 있는 유효 수명이 65세로 전 세계 항공사 가운데 가장 길다.

최근 항공의료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로 떠오른 것은 기내 응급상황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에서 발생한 응급의료 상황은 2800건에 이른다. 최윤영 항공의료센터 그룹장은 “최근 인천공항이 환승공항으로서의 역할이 커지면서 외국인 승객이 늘고 있다”며 “자신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례가 늘면서 응급의료 상황이 아주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주축이 돼 기내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에 대해 24시간 육상의 의사가 위성전화를 통해 승무원에게 조언해 주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대한항공#항공의료센터#항공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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