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자동차 수리공, 고교 교단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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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 商議 ‘퇴직자 재취업 프로’ 인기

서울 청계천 부근 자동차정비소에서 30여 년을 일했던 이응석 씨(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3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신진자동차고에서 학생들에게 정비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일신여자상업고에서 학생들에게 금융권 취업을 위한 진로지도를 하고 있는 이해창 씨.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울 청계천 부근 자동차정비소에서 30여 년을 일했던 이응석 씨(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3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신진자동차고에서 학생들에게 정비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일신여자상업고에서 학생들에게 금융권 취업을 위한 진로지도를 하고 있는 이해창 씨.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30년 넘게 청계천에서 자동차 수리를 하던 제가 학생을 가르친다니…. 아직 실감이 안 나네요.”

이달 초부터 특성화 고등학교인 서울 은평구 응암동 신진자동차고에서 ‘산업체 우수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응석 씨(52)는 요즘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1976년 서울 청계천의 자동차정비소 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그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아직 익숙지 않아서다.

정비공장 청소부터 시작해 2008년 경기 화성시에 직접 공장을 차려 자동차 검사대행과 애프터서비스 일까지 했던 그가 이제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생생한 현장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일선에 나선 것이다. 이 씨는 “2004년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현재 공학사 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며 “유능한 기술인을 배출하는 데 모든 경험과 이론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업체 현장에서 은퇴한 이 씨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부터 추진해온 ‘퇴직인력 재취업’ 사업 덕분이다. 대한상의 측은 “퇴직인력의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묻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판단해 퇴직인력 715명을 특성화고 강사와 중소기업 직원으로 재취업시켰다”고 23일 밝혔다. 715명 중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에서 교편을 잡은 이는 672명에 이른다.

신한은행에서 29년간 근무하다 지점장으로 은퇴한 이해창 씨(57) 역시 올해 82 대 1의 경쟁을 뚫고 2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외환 및 수출입 업무를 하면서 경력과 인맥을 쌓아온 그는 현재 서울 송파구 송파동 일신여자상업고에서 무역 업무를 가르치면서 취업지도도 하고 있다.

이 씨는 현직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과 금융권 후배들의 도움을 얻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이력서를 쓰는 방법부터 면접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요령까지 꼼꼼히 조언한다.

대한상의 측은 “이 선생님은 지난해 일신여상이 취업률 59.2%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학교 측에서 ‘계속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올해도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산업체 우수강사 인력 풀에 지원하려는 산업체 근로자는 실무경험 10년 이상이거나 해당 분야 자격증을 5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퇴직인력 채용을 원하는 학교 또는 기업, 재취업하려는 퇴직자는 대한상의 기업인력지원단(02-6050-3355)으로 문의하면 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퇴직자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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