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명무전’ 내달 9일 서울 LG아트센터서
전통-창작 양대산맥 이매방-김백봉 선생 등 참가
한국 춤판의 거장들이 한 무대에 선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최로 다음 달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명작명무전’. 공연에는 전통 춤과 창작 춤의 양대 산맥인 이매방(85·살품이춤), 김백봉(85·부채춤)을 비롯해 국수호(64·입춤), 조흥동(71·진쇠춤), 정재만(64·태평무), 임이조(62·승무), 김말애(63·굴레), 김매자(69·숨) 등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표 춤꾼들이 참가한다.
21일 서울 중구의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1927년생으로 올해 나란히 85세를 맞은 이매방 김백봉 두 사람이 참석했다.
공연을 기획한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정체불명의 춤들이 한국 춤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전통이 유행하는 시대가 낳은 부작용이다. 이번 무대는 한국 무용의 두 축인 승무·살풀이, 부채춤·화관무를 일생을 바쳐 이룬 이매방 김백봉 두 분에 대한 헌정의 무대”라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인 이 씨는 짧은 소개에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자 사회자를 향해 “의자에 앉아, 얘기가 길어”라고 운을 뗀 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7세 때부터 목포 권번에 들어가 기방 춤을 배우고 전통 춤의 대가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정확한 발음과 기억력으로 풀어냈다.
세계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수제자인 김 씨는 한국 춤의 대명사처럼 된 부채춤을 창작한 주인공이다. 부채춤은 1954년 김 씨가 독무로 처음 선보였다. 그는 “평생 춤밖에 몰라 다른 것은 너무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평생 좋아하는 춤을 춰 행복했다. 큰 무대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연로한 만큼 전체 공연을 소화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허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라는 이 씨는 이번 무대에서 ‘살풀이춤’을 처음 5분 정도는 직접 추고 나머지 부분은 역시 무용가인 부인 김명자 씨(70)가 이어갈 예정. 김 씨는 ‘부채춤’을 딸 안병주 씨(51)와 함께 전후반을 나눠 춘다. 김말애 씨가 이번 공연에서 군무로 출 화관무도 김 씨의 창작 작품 중 하나다.
김 씨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씨는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고운데, 이 여자처럼 마음이 고운 사람도 드물다”며 “머리 굴릴 줄 모르고, 마음이 깨끗하고, 진짜 무용가, 예술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좋게 봐줘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번 공연은 전통 춤과 신무용, 창작 춤을 망라한다.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입춤, 진쇠춤은 전통춤으로, 부채춤과 화관무는 신무용으로 분류된다. 김말애 씨의 ‘굴레’, 김매자 씨의 ‘숨’은 창작 춤이다.
진 예술감독은 “이번 무대에 서는 춤꾼들은 예술가로의 자존심 때문에 한 무대에 선 적이 거의 없다. 이들이 펼치는 한국 춤의 원형을 보면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3011-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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