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때 장애인이 없는 나라였다. 외국인이 물으면 “장군님이 계신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다”고 대답해야 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장애인이 없으니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도 나갈 수 없었다.
그런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런던 패럴림픽(8월 29일∼9월 9일)에 출전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최근 “북한 장애인 선수들이 제14회 런던 여름 패럴림픽에 참가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올 4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잠정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참가 자격을 얻었다.
북한이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데는 ‘탁구 영웅’ 이분희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의 역할이 컸다.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때 옵서버로 현장을 찾은 이분희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윤석용 회장을 만나 북한의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분희는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에서 혼합복식 동메달을 합작한 김성희와 결혼했는데 아들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20여 년 전 스포츠 남북 교류의 주인공이었던 그가 북한의 장애인체육 탄생의 주역으로 다시 등장한 셈이다. 최근 영화 ‘코리아’를 통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분희는 단장으로 런던에 갈 예정이다.
북한이 원하는 종목의 선수들을 예정대로 출전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없어 공인 등급 분류 판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럴림픽 개막을 100일 앞두고 21일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만난 윤 회장은 “IPC 필립 크레이븐 회장에게 북한이 더 많은 쿼터를 얻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남북 동시 입장 등도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 장춘배 선수단장은 “세상 속으로 나온 북한 장애인체육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도울지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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