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오히려 심화시켰던 사법부의 과오를 씻고 모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가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헌법재판소입니다.”
22일 모고엥 모고엥 남아공 헌재소장(사진)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지난해 9월 헌재소장에 취임한 그는 한국이 초대 의장국 자격으로 주최하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창립총회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남아공 헌재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하고 사회적 통합과 다양성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모고엥 소장은 “많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과 과거 불평등 사회를 청산하려는 국민의 열망, 인권운동 경험이 있는 전문가 등이 헌재를 구성하고 있어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헌법재판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 헌재는 재판관 구성부터 다양하다. 흑인 여성 2명, 흑인 남성 5명, 백인 남성 3명, 인도계 남성 1명 등 다양한 인종의 남녀로 구성돼 있다.
이런 인적 구성을 바탕으로 남아공 헌재는 여성과 성적소수자 인권에도 앞장서 왔다. 태아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반응을 보인 모든 임신부에게 항바이러스제를 배급하도록 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모고엥 소장은 “이 결정을 비롯해 사형제도 폐지,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등 결정에 대해 반발도 많았다”며 “하지만 발전을 위한 논쟁은 필수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여론이 아닌 헌법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고엥 소장은 22일 성균관대 로스쿨에서 열린 특강에서는 “지금까지 남아공 헌재가 인종차별 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면 앞으로는 주거권 등 사회권(social common right) 확대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한국과 남아공 헌재가 역사와 역할에서 닮은 점이 많다”며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과 그 밑바탕이 된 헌법과 사법체계에 대해 배우고 교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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