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출연한다고 하자 하희라 씨가 사진을 한 장 찾아줬어요. 2009년 말 청와대에 초청받았을 때인데 ‘철가방 기부천사’ 김우수 씨가 참석했던 행사였죠. ‘배달부 복장으로 온 게 특이해 기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 최수종 씨(50)가 18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다. 그것도 노개런티다. 지난해 중국집 배달원으로 다섯 어린이를 후원하며 살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우수 씨의 삶을 다룬 영화 ‘행복을 배달합니다’(가제)에서 김 씨 역할을 맡는다. 최근 촬영을 마쳤고 31일 오후 2시 반 서울 종로구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에서 시사회가 열린다. 저예산 영화로 아직 개봉관을 찾지 못해 개봉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최 씨는 “이런 영화에 출연하게 돼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당초 다른 출연 스케줄 때문에 출연이 힘들었어요. 올해 런던 올림픽 때문에 드라마 촬영이 늦춰지고 기적처럼 시간이 생기는 걸 보고 이 역할이 정말 제 운명이라고 느꼈죠.”
최 씨는 이번 영화에 재능기부로 출연해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제작사 측도 영화에서 나온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김 씨의 일대기를 차분히 따라가며 보여주는 영화에는 김 씨가 살았던 고시원과 중국집, 그의 주변 인물 등이 고스란히 재현돼 등장한다.
데뷔 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한때 노숙까지 했다는 최수종 씨는 “당시 한 노숙인이 덮으라고 주는 신문지를 받으며 ‘나보다 나을 것 없는 저 사람도 남과 뭔가를 나누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도 밥 먹고 살 수 있다면 나머지 여유는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어떻게 나눔을 실천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알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는 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도 모두 나눔에 동참하시는 겁니다. 제가 김우수 씨의 삶을 연기하며 느꼈던 감동을 좀 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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