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자주 하다보니 중독이 된 것 같아요. 내 피로 누군가가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뿌듯함 때문이죠.”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시엔 씨(25·여)는 지난달 31일 생애 100번째로 헌혈을 했다. 14일에는 세계헌혈자의날을 맞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한다. 대한적십자사와 한국야구위원회가 헌혈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이 씨는 고교 1학년 때 처음 헌혈을 했다. 더위를 많이 탄다는 그는 “피를 뽑고 나면 체온이 식어 몸이 시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위가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때부터 헌혈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가난 때문에 본격적으로 헌혈을 하게 됐다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스무 살 때 고향을 떠나 혼자 자취생활을 했어요. 가난해서 힘들고 배고플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하고 ‘헌혈의집’에서 주는 롯데리아 햄버거 세트 교환권으로 허기를 채우곤 했죠.”
이 씨는 일반 혈액이 아니라 1시간이 넘게 걸리는 ‘혈소판 헌혈’을 주로 했다. 기왕 하려면 백혈병 환자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서였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데도 국내에 헌혈자가 부족해 외국에서 피를 수입한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고는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는 요즘 대중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더는 어렵지 않지만 헌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헌혈은 돈 한 푼 없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치 있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시간이 넘도록 혈소판 헌혈을 하면 지루하지만 백혈병 환자를 생각하면서 견디곤 해요.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2주마다 계속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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