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다음 세대까지 온전하게 잘 관리되길 바란다.” “내 신상은 언론에 공개하지 마라.”
손창근 씨(83)가 올 4월 50년 넘게 가꿔온 시가 1000억 원대의 임야를 국가에 기부하면서 밝힌 것은 두 마디 말뿐이었다. 그는 대리인을 산림청에 보내 기부의사를 전했고 소유권 이전등기도 직접 마쳤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일 한국인 4명을 포함해 총 48명을 ‘2012년 아시아의 자선영웅’으로 선정했다. 손 씨와 함께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89), 가수 하춘화 씨(57), 야구선수 박찬호 씨(39)가 명단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4명이 선정됐는데 그중엔 재일교포로, 일본 최대 빠찡꼬 기업 ‘마루한’의 한창우 회장(81)도 포함됐다.
포브스는 “기부를 실천한 인사 가운데 기부 철학과 동기, 사회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뽑았다”며 “회사 돈이 아닌 개인 돈을 쓴 사람만 대상으로 했으며 기부에는 우열이 없기 때문에 순위를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 씨는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현금 1억 원을 기부했고 지난해 2월 소장하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도 기탁했다. 이때도 공개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기부왕’으로 통하는 이 회장은 지난달 서울대 도서관 신축사업에 600억 원을 내놨다. 2000년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기부금액은 800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학생 4640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이 회장은 평소 “나라나 기업 살림은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키운다”며 “관정 장학생 중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혀왔다.
여섯 살에 첫 앨범을 낸 뒤 50년간 2500곡의 노래를 낸 하춘화 씨는 연예인 기부가 흔치 않던 1970년대부터 공연수익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왔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잡지는 “특히 지난해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할 때까지 그의 선행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총 230억 원을 기부했다”고 소개했다.
박찬호 씨는 지난해 12월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면서 연봉 2400만 원 전액과 구단이 제시한 옵션 등 6억 원을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내놨다. 1997년 박찬호장학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4억6000만 원을 기부했다.
한창우 회장은 지난해 3조 원에 가까운 전 재산을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고향 경남 사천에 50억 원을 기부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사고로 잃은 큰아들의 이름을 따 세운 한철문화재단은 한국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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