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만에… 백발 되어 받은 고교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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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개성에 뿌리 둔 인천 송도高… 6·25 전쟁으로 학업 중단한
당시 3학년 197명 졸업식 선물

6·25전쟁으로 졸업장을 받지 못한 62년 전 인천 송도고 재학생들이 25일 뒤늦은 졸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당시 송도중 6학년(현 고교 3학년)생 197명 중 30명만 참석했다. 송도고 제공
6·25전쟁으로 졸업장을 받지 못한 62년 전 인천 송도고 재학생들이 25일 뒤늦은 졸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당시 송도중 6학년(현 고교 3학년)생 197명 중 30명만 참석했다. 송도고 제공
“61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되니 함께 오지 못한 옛 친구들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북한 개성에 뿌리를 둔 인천 송도고가 25일 6·25전쟁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62년 전의 재학생 197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1950년 당시 송도중 6학년생(현 고3) 197명 중 30명. 졸업생들은 80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이미 고인이 됐거나 연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들만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생 허강 씨(81)는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을 모두 볼 수 없어 슬프고 안타깝다”며 “통일이 빨리 이뤄져 민족의 상처가 치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32회 졸업생들로 1945년 입학해 송도고가 원래 개교했던 개성에서 학교를 다녔다. 이 학교는 1906년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윤치호 선생(1864∼1945년)이 설립했으며 6·25전쟁 직후 휴교했다가 1952년 북한 인민군 점령지역인 개성을 떠나 인천으로 이전했다.

이들은 당시 졸업반이었지만 학적 소실로 정규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대한빙상연맹 명예회장 장명희,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손평래, 기독교방송 전 사장 이재은 목사, 정우개발 창업주 민석원 씨 등이 32회 졸업생이다. 송도고 권영섭 교장은 “32회 ‘선배 학생’들은 전쟁 통에 졸업을 못했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공헌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송도고는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72회 졸업생 윤영하 소령에 대한 10주기 추모식을 28일 교내에서 연다. 학교 측은 2009년 교정에 윤 소령의 흉상을 세웠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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