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현미경 중에는 렌즈가 없는 것이 많아. 관람하던 애들이 몰래 가져간 거지. 경찰에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내가 애들을 도둑으로 만들어? 그런 호기심이 쌓여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될 텐데.”
지난달 27일 경기 여주군 한얼테마박물관. 평생 모은 과학기술 유물 50만 점을 국립중앙과학관에 맡기기로 최근 결정한 이우로 관장(86)을 만났다.
그가 모은 것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엔진을 비롯해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뒤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들여온 레이저현미경, 1927년 제작된 치과수술기계 등 우리나라 근현대 과학기술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전시품이다. 유물들을 쌓아뒀던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 1호선 차량도 함께 맡겼다.
이날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과 함께 맡길 유물들을 둘러본 이 관장은 “여기 있는 현미경은 1200여 대로 웬만한 대학병원보다 많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맘껏 만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두 개의 카메라로 만든 최초의 3차원 카메라, 에디슨이 처음 만든 스타일의 오디오 등 이곳에 있는 모든 전시물은 지나가며 쉽게 만질 수 있었다. 박 관장은 “2014년까지 이 관장으로부터 기증받기로 한 유물로 대전 과학관에 과학사물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이 과학 관련 기자재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취미 삼아 키웠던 분재와 난으로 큰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엔 의료기기를 사 모았다고 한다.
“아버지도 뭐든 주워 오는 습관이 있었다는데 부전자전이었나 봐. 사업으로 번 돈도, 세 채나 있던 집도 물건 사느라 다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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