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강당에 선 김용 신임 총재의 당부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취임식에서 직원들이 ‘김 총재님(President Kim)’과 ‘김 박사님(Dr. Kim)’ 등으로 부르자 호칭을 통일해 달라고 주문한 것. 김 총재의 미국 이름은 ‘짐 용 김(Jim Yong Kim)’. 권위가 묻어나는 총재님이나 박사님 대신 친한 친구를 부르듯 격식을 따지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밖에서는 총재라고 호칭하는 게 좋겠지만 세계은행에서 일할 때는 반드시 짐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계은행에 처음 출근한 이날 열린 취임식은 축제 분위기에서 45분간 진행됐다고 직원들이 전했다.
김 총재가 이날 강조한 것은 ‘서번트 리더십’. 직원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봉사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는 “나의 리더십은 오로지 리더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보다 드높고 숭고한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내가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재는 “어떻게 하면 다르게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러분에게 항상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시간을 세계의 가난한 지역에서 의사, 인류학자, 교육자로서 일해 왔다”며 “내가 초점을 맞춘 것은 빈곤 탈출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모국인 한국의 경제성장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그는 “5세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며 “가난했던 조국이 경제개발을 하면서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개발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 직원들의 뛰어난 자질과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을 받았다”며 “세계은행이 빈곤국에 빌려주는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축적한 경험과 자료, 깊은 분석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아내 연숙과 두 아들이 있다. 큰아이는 열두 살이고 둘째는 세 살”이라며 “두 아들이 우리 부부를 무척 바쁘게 만든다”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총재에 지명된 이후 몇 달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만나 세계은행이 가져야 할 비전과 과업을 논의했다”며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점심식사와 타운홀 미팅을 통해 세계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분 정도의 취임사가 끝난 이후 35분 동안 직원들과의 즉석 대화가 이어졌다.
한 직원은 “세계은행이 개발뿐 아니라 인권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개발과 인권을 조화롭게 이루며 발전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인권 신장은 물론이고 개발도 못한 대표적 국가”라고 말하자 김 총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이 못사는 나라를 도와주면서 발전에 영향을 끼친 사례를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직원이 사기 진작을 위한 정년 보장을 요구하자 김 총재는 “오늘은 첫날이니까 그런 질문은 나중에 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직원은 “실무 경험이 많지 않은 총재여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지만 소통 강조 리더십에 많은 직원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세계은행 직원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100여 개 해외사무소에도 화상으로 중계돼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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