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18세… 공부보다 자립기술 배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대안학교 SK 해피스쿨… 요리-뮤지컬-자동차 부문
저소득 청소년 무료 교육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고상준 군(18)은 1월부터 ‘SK 해피스쿨’이라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책에 매달리는 대신 케이크와 슈 같은 달콤한 디저트와 새로운 소스를 만들려고 매일 땀을 쏟는다. 지난달에는 신세계SVN(전 조선호텔베이커리)에서 인턴을 했다.

고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요리를 했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서였다. 어려운 형편에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을 돕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닭볶음탕과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요리는 우리 아들이 해도 되겠구나.” 부모는 이렇게 칭찬을 했지만 고 군이 요리사가 되는 데는 반대했다. 돈을 많이 못 벌고 힘들 거라는 이유였다. 결국 일반계 고교에 진학했지만,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선생님으로부터 해피스쿨 내 쿠킹스쿨에 대해 듣고 지원했다. 고 군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예전에는 너무 싫었던 공부도 이제는 재밌다”고 말했다.

SK 해피스쿨은 SK의 사회공헌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이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요리 뮤지컬 자동차 분야에 재능 있는 저소득층의 청소년(만 18∼24세)을 위한 곳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년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무료로 가르친다.

현장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학생 1인당 약 1000만 원의 교육비가 들어간다. 해피스쿨 내 쿠킹스쿨과 뮤지컬스쿨 과정은 올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위탁형 대안학교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자신이 다니던 고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송인호 군(18)도 SK 해피스쿨에서 꿈을 이뤘다. 평소 노래와 춤을 좋아했지만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동생이 3명이라 뮤지컬학원에 다닐 형편도 못 됐다. 송 군은 친구들과 매일 방과 후와 주말에 춤과 노래를 연습하다가 이곳을 알게 됐다.

그는 제일 먼저 등교한다. 오후 4시에 수업이 끝나도 10시까지 남아 노래를 연습한다. 모든 일이 꿈같다고 느낀다. 너무 비싸 볼 수 없었던 연극과 뮤지컬을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일도, 멘토인 배우 정성화와 보컬 트레이너에게 수업을 받는 일도.

SK 해피스쿨을 졸업한 220명 가운데 13%(29명)가 관련 업계에 바로 취업했다. 내년도 지원자는 10월에 홈페이지(www.skhappyschool.com)를 통해 접수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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