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오 미국 워싱턴 의회 서쪽 잔디밭은 250여 명의 재미 한인이 내뿜는 북한 인권 열기로 가득했다. 북한 자유를 위한 한국교회연합(KCC)과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온 한인들은 이날 섭씨 38도의 무더위 속에서 미 의회의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결의안 통과를 위한 풀뿌리 로비 운동을 벌였다. 그동안 백악관과 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 북송 반대 시위를 벌여 온 한인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에는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 로저 위커 상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일일이 단상에 올라 “북한과 중국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미국 등 관련국들이 이런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며 압력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의원은 “최근 한국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신동혁 씨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책 ‘14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을 직접 의원들에게 전해주며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겪은 고통을 증언했다. 신 씨는 “수용소에서 태어나서 자란 내 사연이 약간 특이하기는 하지만 수용소에 갇힌 북한 주민이 겪는 고통은 모두 똑같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유린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뒤 한인들은 7개조로 나뉘어 의회 건물을 누비며 존 베이너 하원 의장,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 등 50여 명의 의원실을 직접 방문했다. 샘 김 KCC 사무총장은 “베이너 의장, 캔터 원내대표에게 방문하겠다고 하자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즉각 수락했다”며 “올 연말 선거에 나서는 의원들에게 한인 유권자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회와 교회 등에서 선발된 한인 2세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많이 참가했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마가리타고 2학년인 김형욱 군(16)은 “내 또래 북한 청소년들이 굶주림과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며 “의원들이 우리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줬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TV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전날 한인들의 백악관 및 중국대사관 앞 시위에 이어 이날 의회 방문 행사도 밀착 취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의 게리 밀러 프로듀서는 “9월 초에 북한 인권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이라며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 신동혁 씨 사연, 정치범수용소 등을 광범위하게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