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길 김득구 등 한국의 권투선수들에게서 따온 밴드명과 노래로 유명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크 코즐렉(45·사진)이 18일 12년 만에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코즐렉은 한국의 전 WBA 밴텀급 세계챔피언 문성길의 이름을 변형한 ‘선 킬 문(Sun Kil Moon)’이라는 밴드를 2002년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2003년 1집 앨범에 14분이 넘는 대곡 ‘득구 김(Duk Koo Kim)’도 수록했다.
19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공연장 벨로주에서 만난 그는 “‘김득구’라는 노래를 만든 순간은 20여 년 음악 인생에서 한 번뿐인 가장 마법 같은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권투 잡지를 보다가 ‘태양이 달을 죽인다’는 ‘Sun kills moon’과 비슷한 철자의 문성길, 내 고향 오하이오 출신 복서 레이 맨시니와의 경기 중 사망한 김득구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며 “2000년 한국 방문 때 마술적 영감이 몰려와 ‘김득구’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이 곡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가 선정한 ‘역대 스포츠 소재 음악’ 베스트 25에 오르기도 했다.
코즐렉은 1990년대부터 밴드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와 선 킬 문을 이끌며 평단의 절대적 지지 속에 포크와 록의 느리고 우울한 요소를 모아 극대화한 ‘슬로코어·새드코어’ 장르의 대부로 불려 왔다.
동아시아 투어에 나선 코즐렉은 19일 벨로주, 20일 서울 충정로1가 NH아트홀 무대에 선 뒤 21일에는 강산에, 피터팬컴플렉스와 제주도를 찾아 나일론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공연한다. “한국 권투 영웅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처럼, 처음 가보는 제주도가 또 어떤 영감을 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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