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김경원 前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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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6월 항쟁때 ‘軍투입 반대’ 레이건 친서 전두환에 전달

김경원 전 주미대사(현 서울국제포럼 명예회장·사진)가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1936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출생한 고인은 미국 윌리엄스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와 고려대 교수를 거쳐 1975년 39세에 대통령 국제정치담당 특보로 임명됐다. 1980년에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됐고, 주유엔대사를 거쳐 1985∼1988년 주미대사를 지냈다. 이후 사회과학원 원장, 서울국제포럼 회장,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맡았다. 2007년에는 동아일보에 ‘김경원 칼럼’을 연재했으며, 오페라에도 조예가 깊어 한국바그너협회를 창립해 회장직을 수행했다.

고인이 주미대사로 있던 시기에 한국에는 민주화운동과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았고, 고인은 어려운 시기에 한미 관계를 잘 조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을 투입하면 안 된다”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과정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과 함께 주미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고위 외교관은 “5공에서 6공으로 넘어가던 예민한 시기에 한미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당시 전 대통령이 단임으로 임기를 끝내고 직선제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이 의구심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양국 관계에 차질이 없도록 소통 역할을 잘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애경 씨(75), 장남 헌수(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아시아부본부장), 차남 유수 씨(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디렉터)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8시 30분. 02-3010-2631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경원 전 주미대사#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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