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중국 상하이 루쉰(魯迅)공원 광장. ‘제1회 매헌 윤봉길(梅軒 尹奉吉) 의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행사에 참여한 중고교생 및 대학생 60명의 눈이 빛났다. “일본 상하이 파견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무대 위에 일본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가 오르자 윤 의사가 수통과 도시락으로 위장한 폭탄을 던졌습니다.”
매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가 동아일보사와 국가보훈처의 후원을 받아 중고교생 및 대학생 60명이 참가하는 윤 의사 의거 제80주년 기념 역사문화탐방 행사를 열었다. 20일부터 23일까지 총 3박 4일 동안 진행된 이번 탐방에서 참가 학생들은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쑤저우를 돌며 윤 의사가 폭탄을 던진 광장과 매헌기념관, 상하이임시정부 청사 등 중국 내 윤 의사의 항일독립 유적지를 방문했다.
윤 의사가 벌인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 나선 학생들은 상하이임시정부에 전시된 가구와 서적들을 유심히 살폈다. 사진 속 윤 의사의 앳된 얼굴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대학생 강다빈 씨(22)는 “지금 나와 비슷한 25세의 나이에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에 오고 폭탄까지 던질 용기를 냈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매헌기념관의 허술한 관리나 협소한 공간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윤 의사가 폭탄을 던졌다는 광장은 루쉰공원 중앙인 탓에 표지판도 두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고 더위를 식히러 나온 중국인들이 주변 벤치에 앉아 카드놀이를 하거나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매헌기념관은 루쉰공원 구석에 23.1m²(약 7평) 남짓한 규모로 마련됐는데 실제 폭탄을 던진 곳과는 공원 내에서 정반대 위치에 있다. 좁은 공간 탓에 전시물이 부족하고 관람도 불편했다. 개관 첫해인 1994년 20만여 명에 이르던 연간 관람객이 최근 몇 년 새 7만여 명으로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기념사업회 측은 설명했다. 탐방단은 20일 주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을 방문해 ‘폭탄투척 표지판 설치’ ‘기념관 건물 확장’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했다.
탐방에 참여한 대학생 윤여경 씨(21)는 “윤 의사의 기념관 등 일부는 보존이 잘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독립을 위한 윤 의사의 희생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황의만 회장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친 윤 의사의 정신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이번 탐방을 기획하게 됐다”며 “잊혀지고 있는 윤 의사의 흔적을 보존할 필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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