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군사정변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장도영 전 국방부 장관이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3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1923년 평북 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일본 도요(東洋)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일제강점기에 학도병으로 끌려가 중국에서 일본군 장교로 활동했으며 광복 후 귀국해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참위(소위)로 임관했다.
1948년 여수·순천 10·19사건 때 좌익 혐의로 체포된 박정희 소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당시 백선엽 육군본부 정보국장과 함께 구명운동에 나섰다. 6·25전쟁 때 9사단장 등으로 참전했으며 육군참모차장과 2군사령관을 거쳐 제2공화국 출범 직후인 1961년 2월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됐다.
석 달 뒤 박정희 소장이 지휘한 5·16 직후 고인은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계엄사령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국방부 장관 등에 추대됐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된 6월 6일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에서 해임된 뒤 1961년 8월 중장으로 예편했다. 이어 11월 고인은 반혁명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법정 구속된 뒤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형 면제로 석방돼 미국 유학 형식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고인은 2001년 펴낸 회고록 ‘망향(望鄕)’에서 5·16을 사전에 알고도 방조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쿠데타 음모를 하루 전에 알았고, 방첩대를 동원해 쿠데타 세력을 조사했지만 거짓보고로 실패했다. 참모총장으로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고, 진압하지도 못했으며, 사태를 수습해 조속히 원상 복귀시키는 데도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을 단죄한 반혁명 사건에 대해서도 “정변 주체세력이 지어낸 터무니없는 드라마이자 날조된 연극”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5·16에 대해 ‘대한민국의 민주발전 과정에 중대한 장애가 되었고, 우리 민주 정체에 암적 요소를 이식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1969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3년까지 위스콘신대와 웨스턴미시간대 교수를 지냈다.
은퇴 후에는 올랜도에서 가족과 함께 노후를 보냈으며 몇 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왔다. 유족은 부인 백형숙 씨와 아들 효수(사업) 경수(의사) 진수(사업) 완수 씨(의사)와 딸 윤화 씨(미 아이오와대 의대교수) 등 4남 1녀가 있다. 장례식은 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02-798-3155, 011-264-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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