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TV 류샹 부상 미리 알고도 모른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5일 03시 00분


누리꾼 “해설자 연기에 속아”

관영 중국중앙(CC)TV가 육상영웅 류샹(劉翔)이 런던 올림픽 때 부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가 예선에서 탈락할 때 쓰기 위해 가슴 뭉클한 방송 원고를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중국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CCTV 보도진에 류샹에게 심각한 발목 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그가 트랙에 설 때까지 관련 사실을 발설하지 말고 우승 가능성만 집중 부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CCTV는 류샹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계속 내보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가 쓰러질 것에 대비해 4가지 대본을 마련해 뒀다.

류샹이 7일 예선 첫 경기에서 첫 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져 경기를 포기하자 해설자 양젠(楊健)은 울먹이며 “그는 총 없이 전장에 나온 병사와 같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적의 진지에 몸을 던지는 일밖에 없었다”고 감동적인 해설을 했다. 누리꾼들은 “양젠의 눈물은 연기였다” “또 한 번 완벽히 속았다”며 CCTV와 정부 당국에 분노를 쏟아 냈다.

허난(河南) 성의 한 신문은 “류샹이 경기를 못할 것을 류샹도 알았고, CCTV도 알았고, 코치들도 알았다. 오직 시청자들만 바보같이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비꼬았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류샹#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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