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등이 동북아에 미묘한 긴장을 불러온 가운데 2012 베이징 국제도서전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대표 소설가가 한자리에 앉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저자와의 만남’이 끝난 후 이문열 작가(64)는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옌롄커(閻連科) 인민대 교양학부 교수(54)와 만나 한중일 3국의 영토 분쟁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에서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평가받는 옌 교수는 소설 ‘딩씨 마을의 꿈’과 수필집 ‘나와 아버지’로 국내에 알려졌다. 특히 소설 ‘사서(四書)’(자음과모음)가 중국 공산당 정권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로 중국 본토에서 판매 금지되고 지난해 한국과 홍콩 대만에서 먼저 출간돼 화제가 됐다.
―서로의 작품을 읽어 보았나.
▽옌롄커=이 작가의 장편 ‘시인’을 감명 깊게 읽었다. 시인 김삿갓이라는 전설적 인물과 당대 한국의 현실이 잘 접목됐다고 생각했다. 작품 배경이 중국 현실과 닮아 친숙했다. ‘황제를 위하여’도 읽고 싶다.
▽이문열=옌 교수의 ‘나와 아버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엄숙해야 하는 장면에서 능청스러운 반어법 표현들이 재미있었다.
―두 분 모두 소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이=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몇몇 사건이 지식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사회적 관점을 표출하는 작품을) 썼을 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에게 혹독하고 잔인한 비판을 받았고, 한 10년간 많은 손해를 봤다. 이제 글 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학 이외의 것에 정열과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옌=개인의 운명이나 삶 자체가 사회 현실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다. 지난해 ‘사서’가 본토에서 출판되지 못했지만 중국은 한걸음씩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언젠가 판금 조치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한중일 3국이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옌=각 정부가 썩 지혜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 나라의 지도자가 충분한 지혜를 모았다면 이렇게까지 얽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애초에 결론이 날 수 없는 문제다. 영토를 포기한 지도자는 용서받지 못한다. 한번 자기 영토라고 주장했던 것을 어떻게 번복하겠는가. 일본이 ‘중국에 센카쿠 열도 돌려주자’고 할 것 같나. 제3자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세상에 가장 애매한 법이 국제법이다.
▽옌=이 선생이 독도에 가신 걸 지지한다. 한국과 중국은 그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이=제주도 가까운 곳에 이어도가 있다. 한국이 해양관측소를 설치했는데 중국에서 신경 쓰고 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도 영토라고 주장한 적이 없지만 중국이 내놓으라는 말을 한다면 그때는 일이 커질 수 있다.
▽옌=중국 지도자들이 견해의 일치를 본다면 대범하게 선물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 간 냉전 기류를 완화하기 위해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까.
▽이=가까울수록 원수지면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가 될 수 있다. 동북아 3국은 침략과 원한으로 점철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지역을 묶으려는 움직임들이 있지만 결국 국가 이기주의에서 발원한 것이다. 문화적 이상만 갖고는 화해하기 어렵다.
▽옌=문학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문학 교류는 상호이해를 촉진하고 새로운 의식의 탄생을 이끌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벌써 일어났을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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