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세대에 평생 모은 재산 100억 원을 기부한 김순전 할머니(89)는 기부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할머니는 6·25전쟁 중 남편, 아들과 함께 고향인 황해도 장연군 순택면을 떠나 남쪽으로 왔다. 그때 전 재산은 가족이 덮을 이불 한 채와 옷 몇 벌.
피란 끝에 서울에 정착한 김 할머니의 삶은 ‘고난’ 그 자체였다. 평생 해보지 않은 장사가 없고, 다녀보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 김 할머니는 “버스비를 아끼려고 집이 있던 후암동에서 장사하던 동대문까지 매일 걸어 다녔다”며 “배가 고프면 허리띠를 졸라 매고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내년 구순이 되는 김 할머니는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전 재산을 보람 있게 쓰기로 결심했다. 가장 마음 아팠던 한순간을 떠올렸다. 그것은 전쟁 중에도 연필을 놓지 않고 다 쓰러져가는 천막에서 배움의 뜻을 포기하지 않던 학생들 모습이었다.
“전쟁도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기를 막지는 못했지요. 그때 학생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김 할머니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 대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그나마 돈을 모으지 못하면 휴학하기 일쑤라는 현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김 할머니는 평생 모은 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 중곡동 자택과 숭인동 능동 공릉동 등에 위치한 주택, 상가 등 부동산 4건의 소유 지분과 예금 등 다 합치면 약 100억 원에 달한다. 할머니는 남편과는 사별했고 외아들이 있다.
연세대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할머니는 연세대가 기독교 학교라는 데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지난달 14일 연세대 총장실을 찾아 기부 의사를 밝힌 김 할머니는 “우리 식구들 먹고살 걱정은 없으니 어려운 아이들을 뽑아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최근 직접 김 할머니의 집을 찾아 “소중한 돈인 만큼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고 어르신 뜻대로 잘 쓰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연세대는 이 돈으로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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