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번엔 ‘어미 두루미’ 깜짝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멸종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두루미 보호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서시베리아 야말반도의 쿠샤베트 조류연구소에서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두루미들의 비행훈련에 참여했다. 푸틴은 이날 두루미처럼 보이기 위해 흰 옷을 입고 모터 행글라이더로 두루미들을 선도했다.

AP와 AFP에 따르면 ‘희망의 비행’이란 이름의 이번 프로젝트는 겨울을 나기 위해 서시베리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이동해야 하는 두루미들을 위해 환경단체가 기획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야생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태어난 두루미들을 카자흐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까지 3000여 km를 안내해 이동시킬 계획이다.

푸틴이 선도한 훈련비행에서 2마리의 두루미가 약 15분 동안 행글라이더를 뒤따랐다. 비행을 마친 푸틴은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 된 두루미들이지만 이미 꽤 컸다”며 “두루미들은 곧 (환경에) 익숙해졌고 두려움 없이 나를 앞지르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푸틴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야말반도에 들러 ‘깜짝 쇼’를 벌인 것. 푸틴은 이전에도 야생동물과 함께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북극곰 목에 인식표를 달아주고 쓰다듬거나 야생 호랑이를 생포하는 장면 등이었다.

이번 푸틴의 ‘어미 두루미’ 역할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세계자연보호기금 측은 “국가 정상이 두루미 구조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여 프로그램에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러시아 반정부 인사들은 “또 푸틴 영웅 만들기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6일자 현지 신문에는 푸틴이 “내가 구해 줄게”라고 말하자 두루미들이 “차라리 죽고 말지”라고 응답하는 만평이 실리기도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푸틴#시베리아 두루미#희망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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