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총장실로 90세 원로 기업가의 아들과 손녀사위가 찾아왔다.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의 개인재산 전부인 30억 원이 든 통장을 직접 송희영 건국대 총장에게 전달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1960년대 말 건국대 인근인 광진구 화양동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기부자는 “사업에 성공해 큰돈을 벌면 전 재산을 인재 양성에 쓰겠다”며 건국대 건물을 바라보며 기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기부자의 아들은 “아버지는 인생을 지구라는 농토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가는 농부의 삶으로 여기고 성실히 사셨다”며 “평생 꿈꾸던 기부의 기회를 준 건국대에 오히려 고맙다”고 전했다. 기업을 물려받은 아들은 7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회사를 관련 업계 최고 기업으로 키웠다.
아들은 “건국대의 특성화 학문인 부동산학 발전에 의미있게 쓰길 바랄 뿐”이라며 “기부자의 신상은 물론이고 기부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부자 가족이 익명을 고집한 데는 기부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문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건국대 관계자는 “기부자가 좋은 뜻으로 기부했다가 오히려 기부금을 받지 못한 다른 출신 학교나 사회단체로부터 ‘돈을 내 놓으라’는 노골적인 압력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순수한 기부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기부자 가족을 설득해 기부 사실은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건국대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부동산 학문을 연구하는 전용공간을 신축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완공된 건물 이름은 기부자의 호를 따 지을 계획이다. 황신애 건국대 발전기금본부 부장은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기업가가 기부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큰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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