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11시 반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 중앙에 놓인 가판대 양옆으로 난 좁은 통로는 제수용품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들고 기웃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인들의 호객 소리에 시장 안은 쩌렁쩌렁 울렸다.
○ 미소금융 자금으로 아버지 수술비 구해
신철진 씨(46)가 운영하는 ‘가마솥 왕족발’은 시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늦은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찾아드는 곳이어서인지 가게는 비교적 한산했다. 하지만 주인 신 씨는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족발이 수북이 담긴 가마솥을 큰 주걱으로 휘젓느라 여념이 없었다. 쏟아지는 비지땀을 연신 훔치고 있었지만 신 씨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몇 달을 마음 졸였던 아버지 수술비 문제가 쉽게 해결됐기 때문이다. 신 씨 부친은 동맥경화로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생활에 1200만 원이나 되는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이 사정을 접한 신한미소금융재단 망우지부는 밀린 이자가 있는데도 직원을 먼저 보내 신 씨에게 연리 4.5%로 2000만 원을 대출해줬다. 신 씨가 지난해 9월 가게 운영자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빌려가 성실하게 이자를 갚았던 경력이 담보가 됐다. 신 씨는 “아버지가 수술 후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 고향에 내려가 차례를 지내지는 못하게 됐다”면서도 “미소금융 덕분에 근심 없이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근에 위치한 정육점 안동한우마을의 주인 박종우 씨(30)도 오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손님들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미소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 가게 중 장사가 가장 잘되는 편에 속한다.
박 씨도 올해 5월 정육점을 연 뒤 7월 총 2000만 원을 신한미소금융재단 망우지부에서 대출받았다. 가게를 여는 데 필요한 돈 1억 원을 마련하느라 여러 금융기관에 문을 두드렸지만 미소금융처럼 저리에 무담보 대출을 해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그는 “그동안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은행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며 “미소금융의 도움으로 장사가 잘돼 자랑스럽게 고향에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미소금융은 복지와 금융의 복합
신 씨나 박 씨처럼 신한미소금융재단 망우지부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은 이는 28일 현재 우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275명 가운데 23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대출된 자금은 모두 2억3250만 원. 재단은 상인들에게 운영비와 생활자금 등의 명목으로 1인당 최대 2000만 원까지 빌려주고 있다.
미소금융은 6개 대기업과 은행 등의 기부금을 1조 원 이상 조성해 서민들에게 현재 6689억 원을 융자해주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나눠 출자한 대기업과 은행의 이름을 딴 미소금융재단이 활동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