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나라엔 “가나다라…” 소리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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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9일 566돌 한글날
■ 서울대, 솔로몬제도 소수민족에 한글로 토착어 시범 교육

3일 솔로몬제도 말라이타 주(州)의 낄루사꽐로 고등학교에서 루끼아 교장이 직접 한글을 이용한 꽈라아에어 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제공
3일 솔로몬제도 말라이타 주(州)의 낄루사꽐로 고등학교에서 루끼아 교장이 직접 한글을 이용한 꽈라아에어 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제공
고유 문자가 없는 호주 동북쪽 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소수민족에게 한글이 보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에 이어 한글이 해외에 공식적으로 보급되는 두 번째 사례다. 과학적인 표음문자(表音文字·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문자)인 한글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주관하는 5W프로젝트(World, Weather, Water, Wisdom, Welfare)의 하나로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 주(州)와 말라이타 주에서 한글로 토착어 시범교육을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성과에 따라 솔로몬제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과달카날 주는 1일부터 토착민족인 카리족이 다니는 땅아라레 중학교 학생 60명에게 한글로 된 카리어 교과서를 나눠주고 한글 교육을 시작했다. 꽈라아에족이 살고 있는 말라이타 주에서도 3일부터 낄루사꽐로 고교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주 2시간씩 한글 수업을 시작했다. 말라이타 주에 보급된 교과서에서 비(雨)는 ‘우따’, 바람(風)은 ‘이루’, 닭은 ‘까라이’ 등으로 표기됐다. 현지어 발음을 한글로 소리 나는 대로 옮겨 문자로 쓰는 것.

카리어 교과서 사진.
카리어 교과서 사진.
각각 인구 5만여 명과 1만6000여 명의 꽈라아에족과 카리족은 독자적 언어를 갖고 있지만 문자가 없어 고유언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19세기 영국식민지 시절 알파벳을 이용한 교육이 일부 실시됐지만 재정 부족을 이유로 고유어 교육이 중단돼왔다. 이 때문에 솔로몬제도는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1∼2%에 불과해 고유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관계자들이 올해 1월 현지 주지사를 만나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3월부터 한글로 된 교과서 제작에 들어가 지난달 완성해 보급을 시작했다. 카리어와 꽈라아에어의 한글 표기는 자음과 모음을 우리 방식대로 사용하지만 엘(L) 발음은 ‘ㄹ’을 겹쳐 쓴 자음으로 아르(R) 발음은 ‘ㄹ’로 표기해 구분하고 한글로 나타낼 수 없는 브이(V) 발음은 비읍순경음(ㅸ)으로 표현된다.

문자 보급을 주도한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는 “한글을 보급해 현지인이 교육받을 기회를 넓혀주고 싶었다”며 “표음문자인 한글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이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을 때의 민본사상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솔로몬제도#한글#토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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