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7월 옷 소티어리 씨(30·여)는 심장병에 걸린 아들 벤 소지읏 군(10)을 데리고 캄보디아 캄포트 시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한국에서 온 의료진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버스로 4시간 거리였지만 마음이 급해서인지 훨씬 멀게 느껴졌다. 두 살 무렵 심장병에 걸린 아들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도 엄마 뒤에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형편이 어려워 8년간 동네 병원에서 약만 지어먹은 벤 군은 평소 집에서 7km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일도 벅찼다. 자전거를 타고 가야 했지만 심장이 약한 아들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학교에 빠졌다.
캄포트 시에 도착한 모자는 의료봉사를 위해 캄보디아를 찾은 서울아산병원 김영휘 소아심장과 교수를 만났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돈이 문제였다. 옷 씨는 아들 간병을 위해 청소부로 일하다 관둔 지 오래였고, 남편이 일용직으로 버는 돈은 한 달에 80달러(약 8만8000원)뿐이었다.
김 교수는 딱한 사연을 듣고 심장 수술이 필요한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비용은 서울아산병원과 한국심장재단이 후원하기로 했다. 벤 군을 포함해 태어날 때부터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던 속 비슷(1), 탄 소티어(4), 소콤 크리스다 군(9)과 투잇 스레이네 양(1)을 초청했다.
8일 한국에 입국한 이들은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에 걸쳐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건강을 되찾은 이들은 22일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벤 군은 “평소 가수가 꿈이었는데 그동안 숨이 차서 노래도 못 불렀다”며 “이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옷 씨는 “한국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아들 곁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6년째 동남아시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김 교수는 “가난과 빈곤,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선천성 심장질환을 치료받지 못해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수술 시설을 지원하고 현지 의료인을 교육해 근본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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