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또(또라이) 사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어요. 안정적인 외교관을 그만두고 찬바람 몰아치는 생업 현장에 뛰어든다고요. 하지만 조직의 일보다는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런 마음의 불을 식히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견 외교관에서 일본 우동집 사장으로 변신한 신상목 전 외교통상부 과장(42·외무고시 30회·사진)의 ‘제2의 인생’ 도전기가 외교부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서울 강남역 인근에 ‘기리야마(桐山)’라는 식당을 열었다. 그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행사기획과장, 올해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의전과장으로 활약한 촉망받던 외교관이었지만 8월 사직서를 냈다.
우동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든 것은 2000년부터 2년간 일본 도쿄에서 연수할 때였다. 단골로 다니던 ‘기리야마’ 우동집의 진한 에도(江戶)식 국물 맛을 잊지 못한 그는 2006∼2008년 주일 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근무할 때 그 집을 다시 찾았다. “한국의 맛집과는 다른 차원의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고 그는 회고했다. 3대째 기리야마를 운영하던 기리야마 구니히코 씨와도 “할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친해졌다.
신 전 과장이 한국에 매장을 열 계획을 밝히자 기리야마 씨는 “대사까지 마친 뒤 은퇴해서 가게를 열어도 늦지 않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계속된 신 전 과장의 설득에 결국 그의 편으로 돌아섰고 자신의 요리 기술도 전수해 주기로 했다.
신 전 과장은 “오랜 꿈을 고민하며 가족을 설득하는 데 4년이 걸렸는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아침마다 가락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가져오는 일을 걱정하며 완전히 바뀐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도 우동 기술을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은 직접 요리까지 손대지는 못하고 있다. 면을 뽑아 우동을 만드는 일은 솜씨 좋은 후배가 맡았다.
그는 “외교관은 할 수 없는 한일관계 발전의 영역이 민간에 있다고 본다”며 “음식 문화를 통해 한일관계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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