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대학생들이 무대 한쪽에 섰다. 대형 스크린에 새로운 광고 기법 아이디어를 담은 자료화면을 띄우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다음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첨단기술 및 광고 담당자들이 이 모습을 지켜봤다.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12일 열린 원천특허 사업 설명회. 2학기에 ‘특허와 협상’ 과목을 수강한 40명이 한 학기 동안 일군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발표 주제는 ‘광고 없는 광고’였다. 늘어나는 간접광고에 대한 거부감과 급속도로 발달하는 스마트 기기, 깐깐해지는 소비자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광고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드라마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소품에 광고코드를 심어서 시청자가 리모컨의 플래시를 쏘거나, 음성으로 외치면 브랜드와 가격 같은 정보가 나오는 방식이다. 시청자가 인식하지 못하게 빛이나 색깔 변화로 제품을 알리는 방법도 있었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특허출원까지 끝났다.
이런 성과는 한양대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 사업단의 산학연 클러스터팀이 융합을 강조하며 시도한 새 학제 덕분에 가능했다. 사업단은 ‘특허와 협상’이라는 강의를 신설하면서 인문, 공학, 디자인 전공자를 한데 모았다. 여러 분야의 교수와 특허 전문가가 함께 지도했다. 인문학도의 구상 능력, 공학도의 해결 능력, 디자인학도의 아이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되, 처음부터 특허출원을 목표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자는 구상이었다.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소그룹을 꾸려 아이디어를 내면 겸임교수로 참여한 변리사가 국제특허를 모두 검색해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지도했다.
첨단 기기에 강한 대학생의 아이디어가 기술 전문가보다 앞서가는 경우도 많았다. 삼성이 무선통신기술로 표준특허를 쌓을 때 애플은 소프트웨어나 디자인특허에 주력한 것과 같은 양상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 40명은 이달 초 20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모두 기존의 국제특허와 겹치지 않는다.
학생들의 설명이 끝나자 기업 관계자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대학생다운 신선함과 아마추어답지 않은 전문성을 잘 결합했다는 반응이었다. KT 관계자는 “여러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를 봤지만 이번엔 집단적, 조직적인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융합, 특허, 창업을 하나로 묶은 ‘COPE’라는 이름으로 이런 교육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산업계의 반응도 좋다. LG그룹 홍보계열사인 HS애드의 황덕현 모바일리서치본부장은 “오늘 행사의 개요를 듣고 바로 이거다 싶어 직접 찾아왔다. 최신 기술이 쏟아지는 요즘은 어린 친구들의 아이디어가 경쟁력이 뛰어나다. 좋은 아이템을 골라 바로 사업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LINC 사업단장인 김우승 기계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융합을 통해 히트상품을 기획하면 학교가 특허 및 창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청년실업난을 극복하고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기 위해 대학부터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중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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