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청암(靑巖)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영정 앞에 섰다. 기업인이자 정치인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박 명예회장의 1주기 추도식 자리였다. 신입사원 때부터 박 명예회장을 지켜봐왔다는 정 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지금의 철강 경기를 지켜보는 당신은 최우선으로 포스코를 염려하실 것”이라며 추도사를 읽어나갔다.
정 회장은 어려운 세계 철강 경기에 맞서 “박태준 정신, 창업세대의 불굴의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혁신과 창의로 위기와 난관을 돌파해 세계 최고 철강회사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저희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 회장님과 선배님들의 ‘고난 극복 유전자’를 지녔다”며 “그 유전자는 터널 속을 환히 비추는 가장 성능 좋은 헤드라이트”라고 말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박 명예회장을 처음 만난 1965년 육군사관생도 1학년 시절을 추억했다. 강 의장은 “형형하던 박 명예회장의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고 그 눈빛이 이 나라에 그렇게 큰 힘이 될 줄 미숙해서 몰랐다”며 “그는 영혼까지 조국에 바치고 참다운 애국심이 무엇인지 가르쳐줬다”고 회고했다.
생전 마지막 공식 석상이었던 지난해 9월 퇴직 임직원과의 만남 행사에서 박 명예회장이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 우리의 추억이 포스코의 역사 속에, 조국의 현대사 속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상영되자 추도식에 참석한 유족들과 임직원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 등 유가족과 정·재계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와 와타나베 히데오(渡邊秀央) 한일협력위원회 부회장 등 고인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해외 인사들의 추모 서신도 답지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는 이용덕 서울대 미대 부학장이 박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해 만든 가로 7.5m, 세로 4.0m 크기의 부조가 제막됐다. 부조 왼쪽에는 ‘조상의 피의 대가로 짓는 제철소입니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합니다’라는 박 명예회장의 어록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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