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이자 강연가로 ‘청춘의 멘토’가 된 혜민 스님(39). 껄끄러운 질문에도 스님은 주저 없이 특유의 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미국 햄프셔대 교수로 방학을 맞아 최근 귀국한 스님을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 작가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다. 인사하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한다. 수줍은 면이 있는데 쑥스러워도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할까 봐 거절할 수 없다.”
―책은 얼마나 팔렸나.
“현재 140만 권 정도다. 첫 책(젊은 날의 깨달음)은 3만 권 수준이었는데…. 송구하다. 연륜 있고 경험 많은 작가 분들에게. 이상한 승려가 하나 나타나 이렇게 됐다. 책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에게는 미안하다.”
―인세는 얼마나….
“밝히기 어렵지만 많은 액수다.”
―어떻게 쓸 건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소년소녀가장도 돕고, 명상센터도 세우고 싶다.”
―부모님도 도와드렸나.
“남동생이 있고 부모님이 계시는데 조금 도와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
―출가 전 인연은 이어지나.
“그렇다. 출가하면 부모와 인연을 끊는 것은 출가를 말리던 과거 습관 때문에 생긴 것이다. 왜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상처 주지 말라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슬프게 하고 상처를 줘야 하나.”
―무소유의 법정 스님처럼 살아 달라는 분들도 있더라.
“법정 스님도 초기 마음공부 안 하고 ‘펜대 굴린다’고 욕 많이 드셨다. 그때 (펜대) 꺾었으면 법정 스님 없었을 거다. 난 그냥 혜민 스님으로 살고 싶다.”
―무소유, 운둔의 삶은….
“물론 산사에서도 잘 지낸다. 그러나 저는 트위터 같은 문명의 이기도 활용하고,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
그와 사진 촬영을 위해 외부로 나갔다. 사람들이 “책 잘 봤다” “피부가 너무 좋다” 등의 인사말을 건넸다.
―하버드대 출신에 훈남형 외모…. 질투의 대상이라는 ‘엄친아’라는 말도 나온다.
“질투의 대상이 될 만하지 않다. 고교 시절 ‘한 지붕 네 가구’에 화장실 하나밖에 없는 곳에 살았다. 화장실 문이 양쪽으로 돼 있어 두 손으로 문고리를 잡아야 했다. 전화조차 없었다.”
―불교계 영향력 조사하면 1, 2위가 나온다.
“세상 사람과 소통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제 길이 정답이 아닌 만큼 다른 스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
―속된 질문이지만 출가 계기는 뭔가. 후회는 없나.
“사람들은 ‘드라마’를 원하지만 정말 그런 게 없다. 유학 중 영화 공부를 할 생각이었지만 종교 수업이 너무 좋았다. 한국 절에 가면 음식 맛있지, 말씀 좋지, 참선 잘되지, 스님 팔자를 타고났다. 스님과 교수가 딱 맞는 ‘옷’이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로가 상대방을 죽일 듯 미워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어떤 분이 돼도 절반 가까운 국민의 지지는 없는 것 아닌가. 미래를 위해 상대방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치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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