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정계 재계 학계 인사 50여 명이 현재의 한일 관계를 위기라고 진단하고 “지금이야말로 미래지향의 파트너십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양국 민간 대화채널인 한일포럼은 20∼22일 도쿄(東京) 오쿠라 호텔에서 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참석자들이 상대 국가에 대해 아쉬운 점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1일 오전에 열린 ‘지도자 교체와 한일, 중일 관계의 과제’ 세션에서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은 국내 정치의 인기몰이에 급급해 헌법을 개정하고 현 상황을 바꾸려는 외교 공세를 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 우경화의 실태는 폐쇄감에서 비롯되는 자괴감”이라며 “정치가가 표심을 얻기 위해 그러한 주장을 강력하게 하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런 주장에 위화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일본 측 참석자는 올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언급하며 “우방국 지도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 측 참석자가 “한국에서도 독도 방문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있다”고 하자 일본 측 인사는 “그렇다 하더라도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사흘간의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격론을 벌이면서도 “지식인들이 나서 막힌 한일 관계를 개선하자”는 점에는 뜻을 같이했다. 참석자들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한일 양국의 성숙된 동반자 관계 재구축이 시급하다”며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의의를 재평가하고 지금이야말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일포럼은 1993년 경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족해 그해 12월 서울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매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올해 주요 참석자는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郞) 일본 민주당 의원,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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