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코리아 직원인 박혜숙 씨(37·여)는 개그우먼 출신이다. 1997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오늘은 좋은 날’의 인기코너였던 ‘울엄마’에 출연하며 신인상까지 탔지만 우울증으로 2년 반 만에 개그맨 생활을 그만뒀다. 2001년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변신한 박 씨는 8년 만에 팀장까지 올랐다. 6월 그는 아프리카 가나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봉사활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였다.
GSK는 전 세계 자사 직원을 6개월간 비정부기구(NGO)에 파견해 저개발 국가에서 위생·의료 교육을 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인 ‘PULSE’를 운영하고 있다. 박 씨는 “아이가 있는 한국 아줌마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한국인 최초로 합격했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300km 떨어진 본사소 마을에 도착해보니 지내야 할 날들이 막막하기만 했다. 낙후된 환경은 물론이고 무더위와 말라리아모기, 부족한 식수가 걱정거리였다. 늘 무뚝뚝한 얼굴을 한 현지인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박 씨에게는 웃음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손 씻기 교육을 하던 날 손 씻는 과정을 율동으로 만들어 따라하게 했더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교육 중간에 분위기가 처진다 싶으면 고릴라 흉내를 내며 ‘몸 개그’도 보여줬다. 아이들에게는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춤”이라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가르쳤다. ‘강남스타일’ 가사를 ‘가나스타일’로 바꿨더니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따라 불렀다.
집에서 출산하기를 고집하는 임신부들에겐 “아기가 예쁜 배꼽을 가지려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피임 교육 때는 단지 콘돔을 나눠주는 것만이 아니라 ‘콘돔 빨리 끼우기’ 페스티벌을 열어 인기를 끌었다.
박 씨는 한 달 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가나가 그립다고 말한다.
“그곳 사람들의 얼굴에 핀 웃음꽃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언젠가 가족과 함께 다시 가나를 찾아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