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 1801호. 이 병실은 유독 방문객의 왕래가 잦다. 매일 새로운 방문객 20여 명이 병실을 드나든다. 이렇게 4년째 오간 방문객만 2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김온유 씨(25·여)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이다.
김 씨는 2002년 폐에 종양이 있다는 오진으로 여러 번 수술을 받았다. 그 와중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후유증을 겪어 기계에 호흡을 의존했다. 하지만 2008년 9월 폐가 쪼그라들면서 이마저 어렵게 됐다. 결국 옆에서 사람이 주머니처럼 생긴 호흡 보조기구인 앰부로 호흡량을 조절해 줘야 했다. 잠시라도 앰부를 누르는 손을 놓으면 김 씨는 바로 호흡이 멎는다. 그의 아버지 김준영 씨(55)는 아내와 번갈아가며 24시간 동안 병실에서 앰부를 눌렀지만 두 달도 안 돼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사랑의 손길’이 시작된 건 이때부터였다. 2008년 11월 김 씨 가족이 다니던 한 교회에서 이 사정을 알고 대학부 자원봉사자를 모았다. 24시간을 4등분해 각각 4, 5명이 6시간씩 앰부를 책임졌다. 부족한 인원은 김 씨를 응원하는 인터넷카페를 만들어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았다.
4년 넘게 앰부 봉사를 하고 있는 이도 있다. 서울시립대 철학과 장군 씨(28)는 2008년 11월 말 처음 김 씨를 만났다. 그는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을 새우며 김 씨를 돕는다. 그는 “온유 씨가 나을 때까지 병원에 올 것이다. 그는 4년 전에도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지금도 기적처럼 살아있다. 4년 전엔 오늘을 상상할 수 없었다. 앞으로 새로운 기적이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온유 씨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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