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리는 풀무원농장 설립자 원경선 원장이 8일 오전 1시 49분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99세.
국내에 처음으로 유기농법을 도입한 고인은 ‘열린 교육’을 표방한 경남 거창고 이사장을 지내며 교육자로도 활동했다. 고인의 삶은 초중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환경보호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녹색인상(1992년), ‘유엔환경계획 글로벌 500상’(1995년), 국민훈장 동백장(1997년), 인촌상(1998년)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1914년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소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축사를 돌보는 목부와 사진사 등 여러 직업을 거쳤으며 중국 베이징에서 인쇄소를 열기도 했다.
농부의 길로 들어선 것은 35세인 1949년 공사 현장에서 트럭 사고를 겪은 후였다. 고인은 이에 대해 “남은 인생을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데 전력하자고 다짐하던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1955년 경기 부천시의 3만3000m²(약 1만 평) 땅에 풀무원농장을 세우고 불우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설립했다. ‘자기 손으로 일해서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인다’는 게 농장의 운영 원칙이었다.
1976년에는 국내 최초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농민단체 ‘정농회’를 설립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고인은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한 간접살인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주창했다.
고인의 장남인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은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1981년 풀무원을 창업했다. 풀무원의 연간 매출은 1조5000억 원이 넘는다. 원 의원은 2010년 발간한 책 ‘아버지, 참 좋았다’에서 “우리 사회가 생명의 먹거리에 관심을 쏟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버지의 업적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고인은 1975년부터 현미와 채식 위주의 유기농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했으며 지난해 4월 17일 99세 생일을 축하하는 백수(白壽)연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기력이 쇠퇴해 병원에 입원했다. 풀무원은 충북 괴산군에 ‘로하스 아카데미’를 설립해 고인의 정신을 기릴 예정이다.
유족으로 원 의원 외에 아들 혜석 씨(미술가), 딸 혜옥 혜진 혜주 혜덕 혜경 씨, 사위 하중조(KT&C엔지니어링 대표) 송영관(전 상명고 교사) 김창혁(회사원) 김준권(정농회 회장) 유진권 씨(전 중앙일보 기자)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02-3410-6915)이며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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