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오시마 나기사(大島渚·사진) 감독이 폐렴으로 15일 사망했다. 향년 81세.
그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검열, 광기 등 일본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며 문제작을 선보였다. 특히 1960년에는 ‘청춘 잔혹 이야기’, ‘태양의 묘지’, ‘일본의 밤과 안개’ 등을 잇달아 제작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도 관심이 깊었다. 한국 초등학생의 일기를 다룬 ‘윤복이의 일기’(1965년)와 일본인 여성 2명을 살해해 미성년자인데도 교수형을 당한 재일 한국인 이야기를 담은 ‘교사형’(1968년) 등 4편을 남겼다.
1976년엔 대담한 성 묘사로 화제가 된 ‘감각의 제국’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36년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베 사다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한 영화다. 이 영화로 그는 재판에 회부됐고 문제되는 부분을 덜어낸 수정판만 상영됐다. 하지만 해외에선 하드 코어 영화의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시카고 국제 영화제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1978년 ‘열정의 제국’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교토대 법학부 출신인 오시마 감독은 1955년 쇼치쿠(松竹) 영화사에 조감독으로 입사했다. 이후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다가 1959년 ‘사랑과 희망의 거리’로 데뷔했다. 비둘기를 파는 가난한 소년과 부르주아 소녀의 로맨스로 비둘기를 사살하는 마지막 장면이 논란이 돼 2류급 영화관에서만 개봉됐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인간의 내면과 개인의 문제로 관심사가 옮아갔다. 1983년에는 데이비드 보위,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등 호화 배우들과 함께 서양인에 대한 일본인의 이중성을 담은 ‘전장의 메리크리스마스’로 명성을 재확인했다. 1987년 ‘막스 내 사랑’을 만든 이후 13년 만에 ‘고하토’를 촬영하던 중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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