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재학생 30명, 3개섬 6곳에 ‘아트캠프’ 작문-음악-미술 등 교육
초등교 오케스트라와 협연… 깜찍한 연주에 주민 환호
“서울에서 선생님들이 오셔서 자세히 가르쳐주시니까 정말 좋아요. 또 오셨으면 좋겠어요.” 어린 타악기 연주자 양준범 군(11·전남 신안군 안좌초등학교 5)의 볼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준범이는 18일 오후 안좌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이 학교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지도 송화영) 연주회에서 작은북(스네어 드럼)을 협연해 이 섬에 사는 주민 100여 명의 박수를 받았다. “동네 어른들도 잘했다고 하시니까 신이 났어요.”
이날 연주회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7일부터 신안군 내 6개 초중학교에서 개최한 ‘천사섬의 천사들을 위한 아트캠프’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천사(1004)섬’이란 신안군 일대 1000여 개의 섬을 상징하는 말. 한예종 연극원, 미술원, 음악원, 영상원 재학생으로 구성된 강사진 30명은 7∼11일, 14∼18일 두 차례로 나누어 신안군의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를 찾았다. 이들은 이곳에서 스토리텔링, 미술 조형, 관악 앙상블, 영상제작 교육을 진행했다.
목포에서 여객선으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안좌도의 안좌초등학교에도 14일 슈퍼맨, 스파이더맨, 산타클로스 같은 튀는 복장을 한 관악기와 타악기 강사 9명이 찾아왔다. 처음엔 눈이 휘둥그레졌던 아이들은 강사들의 닷새에 걸친 지도에 종이가 물을 흡수하듯 반응했다. 18일 연주회에서는 오광호 전 한예종 음악원장의 지휘 아래 4, 5학년생 트럼펫, 트럼본, 플루트, 색소폰, 타악기 단원들이 각각 솔리스트로 나서 한예종의 ‘선생님’ 금관 5중주가 합세한 사나래 윈드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펼쳤다. 동네 어린이들의 연주 솜씨에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환호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박종원 한예종 총장은 “아이들의 오케스트라에 전문 연주가들의 금관 5중주단이 함께 연주하니 솔로를 맡은 어린이들이 훨씬 자신 있게 표현을 잘하더라. 이렇게 기술과 함께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선배 예술가’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연주회를 지휘한 오 전 원장은 “책상 앞에만 갇혀 지내는 도시 아이들보다 자연을 호흡하고 자란 아이들 사이에서 더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가가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연주회 뒤 인근 팔금도의 팔금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오감을 깨우는 상상놀이터’ 현장을 찾았다. 한예종 미술원 학생들의 조언을 들으며 아이들은 종이와 비닐 조형물, 그림 등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도서관 공간을 4개의 ‘비밀 아지트’로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미술 하면 본 대로 그리는 것만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뭐든 만들어내 장식하니 너무 신이 났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예종은 앞으로 초중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섬 & 아트 프로그램’을 신안군 일대에서 펼칠 계획이다. 주민과의 교류를 통한 지역원형 탐구, 연희단 구성, 예술가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예종 재학생과 이 학교를 졸업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지역에는 친환경 문화 관광 개발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예종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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