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간 기증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내건 게 하나 있었어요. ‘절대 언론에 얼굴을 비추지 말라’는 거죠. 대단한 일도 아닌데 관심을 받는 게 저 스스로도 부담스럽고요.”
2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기증 수술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 조모 씨(49)는 이렇게 말했다. 1996년 생면부지의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한 그는 17년 만에 다시 3세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하기로 했다.
조 씨가 두 번째 장기 기증을 결심한 계기는 지난해 5월 별세한 어머니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며 “내가 건강할 때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당뇨가 심해져 절단 수술을 받고 합병증으로 실명까지 하는 등 16년 동안 병마와 싸웠다.
16세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항상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이웃에게 언젠가 빚을 갚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1996년 3월 신장 기증 등록을 했고 그해 8월 약속대로 신장을 나눴다. 그 후에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조 씨는 “쉰 살이 눈앞이지만 간을 기증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것도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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