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기 취임식 바로 다음 날인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68세의 한 흑인 노인을 만났다. 백발의 노인은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깍듯하게 거수경례를 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그리고 마치 부자(父子) 사이처럼 손을 꼭 잡았다.
이들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2월 텍사스 오스틴 메리엇호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오바마 상원의원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유세 강행군에 지쳐 눈을 감았던 오바마에게 엘리베이터 층수를 눌러주는 일을 하던 흑인 노인이 말을 걸었다. “이 견장을 간직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자신을 얼 스미스라고 밝힌 노인은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돼 달라”며 “힘이 들 때면 견장을 꺼내봐 달라”고 부탁했다.
천으로 된 견장은 베트남전에 참전해 수많은 동료의 죽음을 지켜보며 나라를 지킨 노인이 40년 동안 항상 간직했던 보물이었다.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견장을 간직하며 힘들 때면 꺼내보며 노인의 부탁을 되새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견장에는 소박한 국민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 것도 바로 이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엘리베이터에서 스쳐갔던 노인의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이 이야기를 대통령 측근으로부터 전해 듣고 호텔을 수소문해 노인을 찾아냈다. 노인은 여전히 ‘엘리베이터맨’으로 일하고 있다. 하와이 휴가 중 이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노인에게 연락해 취임식에 초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 때 상처로 잘 듣지 못하는 노인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제가 지난 4년 동안 잘했습니까.” 노인은 답했다. “예. 나 같은 피부색의 사람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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