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싶었다. 나로호 관련 소설을 썼다고 해서 만났더니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태반이 자동차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생 시절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꾼 뒤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와 1988년부터 10년간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한 그다. 승용차 ‘크레도스’와 ‘슈마’가 그의 작품이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47·사진)가 ‘히든 솔저’(나남)를 펴냈다. 자동차를 소재로 한 ‘천년을 꿈꾸는 자동차’ ‘꿈꾸는 프로메테우스’에 이어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자이너가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물었다. “자동차 디자인에도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 ‘5년 뒤 네가 출근할 때 거리 풍경과 느낌을 디자인으로 표현해보라’고 얘기해요. 스토리텔링은 창의적 디자인의 필수 요소이죠.”
작가의 상상력은 기발하다. 국가유공자로 순직한 군인들이 실제는 살아 있으며, 이들이 비밀리에 나로호의 개발책임자를 납치해 장거리유도탄을 만든다는 줄거리다. 국정원의 비선조직이라는 이 ‘히든 솔저’들은 구국결사대쯤 된다.
“북한이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를 성공시킨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나로호를 비롯한 우주발사체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하는 생각에 소설을 썼습니다.”
그는 자동차도, 우주발사체도 노하우 습득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많은 도전과 실수 끝에 명품이 나온다는 것.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60)가 최근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에 오른 것에 대해선 이렇게 평했다. “현대차는 동양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반면 기아차는 유럽적인 디자인을 따르죠. 슈라이어가 두 회사를 책임지면 현대차의 개성이 다 없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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