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어린 삶만큼 난해한 작품으로 유명한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가 남긴 기이한 초상화(사진) 한 점이 처음 경매에 나온다. 예상 호가는 200만 파운드(약 34억 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달리가 1943년 그린 모나 비스마르크라는 여성의 초상화가 2월 5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림의 모델 모나는 억만장자 남편이 사망한 뒤 독일 초대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손자와 재혼한 사교계 거물이었다.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카프리 섬을 오가는 화려한 삶을 누렸으며 빼어난 패션 감각으로 ‘보그’지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소더비 초현실주의 분야 전문가 사뮈엘 발레트 씨는 “전위적 예술 취향을 과시했던 그녀가 ‘20세기 최고의 전위예술가’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달리에게 초상화를 부탁한 것은 당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리가 처음 완성한 그림은 모나의 화려한 옷을 모두 벗긴 누드화였다. 막상 완성품을 보고 당황한 주문자가 “옷을 그려 달라”고 수정을 요청하자 괴팍한 달리는 배경과 같은 어두운 톤으로 누더기 같은 옷을 덧칠했다. 발레트 씨는 “온통 어두침침한 캔버스에서 얼굴만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달리는 분명 즐거워했을 것”이라며 “내면의 강박적 욕구를 중시한 달리의 예술관이 뚜렷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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