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유 감독은 “한류 다큐멘터리에는 한류가 일으킨 한국사회의 변화도 담을 것” 이라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가수 싸이처럼 한국 영화가 미국을 휩쓰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크리스틴 유(유미아·40) 감독은 29일 기자와 만나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못지않게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성공도 낙관했다. 그는 28일 열린 세계한류학회 창립총회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아 한국을 찾았다.
유 감독은 곧 6부작 한류 다큐멘터리 촬영에 들어간다. 남미 중동 유럽을 돌며 한류가 인류사회에 끼친 영향을 짚어볼 계획이다. “사전 조사를 해보니 아랍과 이스라엘 여성들이 한류를 매개로 대화하고, 팔레스타인 소녀가 한국 드라마에 대한 풍부한 지식 때문에 마을에서 스타가 된 사례가 있더군요.”
싸이의 경우 미국의 주류 문화권에 진입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싸이가 미국 고유문화의 핵심 중 핵심인 ‘슈퍼볼’ 광고에 출연한 건 대사건이죠. 어머니가 시골에 사는데, 그곳 요가 강좌의 60대 할머니들도 ‘갱냄(강남) 스타일’을 흥얼거려요.”
이민 3세대인 유 감독은 컬럼비아대에서 러시아어와 국제정치학을 공부했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영화학과를 졸업했다. 단편 ‘옐로 벨’(1998년)로 데뷔한 그는 4월 12일 미국에서 첫 장편 ‘웨딩 팰리스’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올드보이’의 강혜정, ‘분노의 질주’ 시리즈 3편과 ‘오스틴 파워’(2002년)에 나왔던 한국계 배우 브라이언 티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미국 한인사회의 결혼을 둘러싼 해프닝을 담았다.
유 감독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 영화는 드라마, 스릴러 위주라 심각하고 딱딱해요. 또 눈물나는 걸 좋아하는데 미국인들은 웃긴 것을 찾아요. 싸이처럼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야 해요.”
한국 영화가 유럽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만 유독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약한 것은 홍보와 마케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카데미상은 굉장히 정치적이며 네트워크가 중요해요. 미국 영화는 제작비만큼의 마케팅 비용을 씁니다. 한국 영화의 품질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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