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장병들이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패러디해 만든 영상물이 인터넷 공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군본부 미디어영상팀은 6일 ‘레밀리터리블(Les Militaribles)’이라는 제목의 13분짜리 영상물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영상물은 하루 만인 7일 오후 기준 동영상 공유 프로그램인 유튜브에서 7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물은 공군 병사들이 폭설이 내린 계룡대의 비상활주로에서 당직사관인 ‘자베르 중위’의 감독 아래 눈을 치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죄수들이 배를 끄는 레미제라블의 첫 장면을 패러디한 것. 장병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제설작업을 하며 하늘을 원망하지만 자베르 중위는 조금도 봐줄 기색이 없다. 병사들은 삽과 넉가래로 힘들게 눈을 치우면서 영화 속 죄수들이 부른 ‘룩 다운(Look Down)’을 개사한 ‘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라는 노래를 장중한 코러스로 합창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 제설 작업을 하던 장발장 이병이 여자친구 ‘코제트’와의 짧은 면회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자베르 중위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지만 자베르 중위가 매몰차게 거절해 두 사람의 대립은 격화된다. 이 장면도 영화 속 장발장과 자베르 경감의 갈등 구조에서 따온 것이다. 이 밖에도 공군 장병들은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 영화 속 노래를 군대 생활에 맞게 재미있게 개사해 불렀다.
공군 장병들은 기획부터 연출, 촬영, 출연, 편집 등 모든 영상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영화 속에 나온 음악(OST)의 개사와 편곡은 물론이고 노래와 연주도 공군 군악대 장병들이 맡았다. 영상물에서 코제트 역을 맡은 ‘홍일점 배우’도 공군 군악대 소속으로 성악을 전공한 이민정 중위다. 영상물의 총 제작 기간은 1개월이 걸렸고, 70여 명의 출연진에 촬영 장비 조달, 간식비 등으로 100여만 원이 투입됐다고 공군 측은 설명했다.
국내의 한 트위터리안이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 역을 맡은 배우 러셀 크로에게 이 영상물을 트윗하자 크로도 자신의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리트윗을 하면서 이 영상물은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온라인판, AFP통신 등 해외 언론도 앞다퉈 한국군이 제작한 레미제라블 패러디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군 관계자는 “병사들의 제설 작업과 레미제라블의 연기를 연결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패러디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큰 화제가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장병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일각에서는 “레미제라블의 죄수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는 군인을 비유한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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