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고등학교만 나오거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이 학력 아닌 실력으로 당당히 취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부산관광고 졸업을 앞둔 최호주 군(19·사진)의 말이다. 지난해 말 한국공항공사에 취업했다.
당시 특성화고 학생 대부분이 그랬듯이 최 군도 대학에 가려고 했다. 막연한 생각이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관광고 3학년이 될 무렵 어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을 게 뻔했다.
때마침 정부가 고졸 취업을 장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학의 꿈을 접고 취직을 결심했다. 준비 없이 도전한 취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 군은 실전부터 다지자는 생각에 여름방학 무렵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청사관리 업무를 하니 부족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하자마자 취업 준비에 매달려 한 학기 만에 워드프로세서 1급,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전산회계 2급 자격증을 모조리 땄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까지 합격했다.
기회는 준비한 사람이 잡을 수 있었다. 마침 한국공항공사가 고졸 인턴을 대상으로 정규직 채용을 실시했다. 당장 내일이 시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밤을 새워가며 필기시험과 면접을 준비했다. 그리고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최 군은 취업 준비 내용을 담담히 풀어낸 ‘우물 안 개구리 이젠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라는 수기를 썼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고졸 취업 감동수기’ 시상식에서 고교 재학생 부문 금상을 받았다.
졸업생 부문에서는 부산해사고를 졸업하고 5년차 항해사로 바다를 누비는 이종석 씨, 성인 부문에서는 전주영상미디어고 학생들의 고졸 취업을 이끄는 고은아 교사가 금상을 각각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감동의 취업수기를 접한 특성화고 학생, 학부모, 교사 등 300여 명은 고졸 취업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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