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에서 만난 데이비드 올프레이 영국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 총감독.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매년 여름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공연 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 이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밀리터리 타투’(군악대 축제)에 올해 한국 국방부 군악대가 참가한다.
한국 군악대 초청을 위해 방한한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 총감독 데이비드 올프레이 예비역 준장(54)을 19일 서울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저에서 만났다. 그는 약 한 달 일정으로 올해 밀리터리 타투에 초청될 한국, 몽골, 멕시코, 뉴질랜드,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2011년 5월부터 밀리터리 타투의 총감독을 맡은 그는 초청 대상을 물색하다 한국 군악대의 명성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한국을 찾아 군악대와 군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지켜봤다. “뛰어난 기량과 해석에 감탄해 이들을 꼭 에든버러에 초청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주한 영국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50여 명의 한국 군악대와 무용단이 펼치는 사자춤을 올여름 에든버러에서 보게 됩니다.”
2003년 육군 군악대(취타대)가 한국 대표로 처음 참가한 이래 10년 만이다. 이번에는 한국의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섞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올프레이 총감독은 설명했다.
올해 8월 2∼24일 25차례 공연이 펼쳐지는 밀리터리 타투는 이미 티켓의 60% 이상이 팔려나갔을 정도로 인기를 모은다. 6세기에 건축된 시내 중심부의 에든버러성을 배경으로 한 야외무대에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밤 8000∼9000명의 관객이 몰려든다. 매년 22만여 명이 관람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전체 관객의 30∼40%가 외국인 관광객이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밴드와 각국 군악대가 일사불란한 행진과 화려한 연주를 펼친다. 연주하는 곡마다 드라마를 담는다는 점이 특징. “올해는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의 진화론을 큰 주제로 삼아 스코틀랜드에서 생명이 태동하는 순간부터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까지 광대하게 보여주려 합니다. 이런 드라마를 각 참가국과 공유합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가 핵심적인 곡이고요. 세부적으로는 사계(四季)로 나뉘는데 한국이 봄, 멕시코와 몽골이 여름, 뉴질랜드가 가을, 러시아가 겨울을 표현합니다.”
그는 “주제에 관한 내용은 아직 영국 언론에도 밝히지 않은 것”이라면서 웃었다.
올해로 64년 역사를 지닌 밀리터리 타투의 여덟 번째 총감독인 그는 이 축제의 높은 인기 비결로 뛰어난 조명 및 음향 디자인, 수준 높은 제작진, 세심한 관객 관리를 꼽았다. 음향 조절이 까다로운 야외 공연장이지만 객석 하나하나마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체크하며, 관객이 공연장까지 접근하는 길에 2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불편함이 없도록 관리한다고 했다.
왕립 스코틀랜드 근위 용기병대(드래건가드) 장교였던 그는 총감독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30명이 넘는 후보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압박 면접, 위기 상황 대처법을 묻는 인터뷰 등을 거쳐 선발됐다면서 총감독은 군인으로서 굉장히 영예로운 자리라고 했다.
그는 “6·25전쟁 정전 60년 기념일인 7월 27일 영국 런던에서 영국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한국 군악대의 공연을 선보이는 등 정전 기념행사 개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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