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효행상 청소년부문 상을 받은 이하은씨가 대학입학 증서를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이하은 씨 제공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 다리도 하나씩인 반쪽이. 겉모습 때문에 놀림당하기 일쑤지만 언제나 꿋꿋하고 구김살이 없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반쪽이는 결국 부잣집 영감 딸과 결혼해 호호백발이 되도록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으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는 11세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전래동화 ‘반쪽이’ 이야기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11년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 갑자기 쓰러져 뇌병변장애 1급 진단을 받은 남동생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주는 동화다. 마음속으로는 ‘겉모습에 주눅 들지 말고 우리도 행복해지자’고 계속 되뇐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공놀이를 하며 동생이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쓰러진 뒤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했던 동생은 아직 부자연스럽지만 팔 다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집안일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온 이하은 씨(19·여) 이야기다.
지난해 고3 수험생 시기를 보낸 이 씨는 또래들처럼 오롯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반쪽이처럼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성적도 우수해 교내 과학경시대회 최우수상, 전국 과학동아리대회 은상, 충북 과학동아리대회 최우수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이 씨는 동생의 영향으로 간호사로 꿈을 바꿔 다음 달 건국대 간호학과에 입학한다.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고교 1, 2학년 때는 충주 나눔의 집, 승덕 재활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지금도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 피아노 반주를 하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씨는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제37회 삼성효행상 시상식에서 청소년부문 상을 받았다. 삼성그룹은 이날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베푼 이 씨 등 10명의 청소년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이 씨는 “아픈 동생을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며 “훌륭한 간호사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사회복지재단은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콘퍼런스홀에서 제37회 삼성효행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수빈 재단 이사장(뒷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대상 김복민 씨(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청소년부문 외에 효행대상은 강원 양양군에 사는 김복민 씨(71·여)에게 돌아갔다. 그는 91세 시어머니와 뇌병변장애를 앓는 시동생을 50년간 정성으로 돌봐왔으며 2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1남 2녀의 자녀 교육을 위해 과수원과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효행상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한 친정어머니를 함께 모신 윤인화 씨(60·여)와 아버지에게 간과 신장을 이식해준 조수홍 씨(27)가 받았다. 이 밖에 경로상 수상자로는 하트뱅크봉사단과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 특별상은 효 사관학교를 설립한 신석산 씨(54)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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