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남상아 서현정 김남윤 성기완)는 아직 아는 사람만 아는 밴드다. 1999년 결성됐고 2000년 데뷔 앨범을 냈으며 인디 음악계에서는 거물로 꼽히지만 주류에 진입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지난해 낸 4집 ‘드림토크’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평단은 지난해 국내외를 흔든 싸이와 버스커버스커를 제치고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팀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은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 성찬경 시인의 아들이다. 시적인 가사에 실험적인 악곡을 접목해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멤버들은 “고 성찬경 시인께 이 상을 바친다. (데뷔 후) 14년간의 노력이 이 상을 통해 보상받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드림토크’는 이들이 2004년 ‘타임 테이블’ 이후 8년 만에 낸 정규 앨범이다. 거친 록 사운드와 몽롱한 전자음향, 직설과 은유, 단순한 질주감과 복잡한 박자체계가 혼재돼 있다. 김남윤(베이스)은 “지나치게 우울하다가도 밝고 경쾌하고, 달콤하다 싶다가도 섬뜩해질 수 있다. 노래마다 지닌 다양한 색깔이 하나의 보컬 아래 묶이면서 통일감과 다채로움을 넘나들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외부 엔지니어나 프로듀서를 쓰지 않고 멤버들끼리 편곡과 녹음을 해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좀더 날렵한 한영애를 떠오르게 하는 신기 어린 보컬 남상아의 음색과 노래는 이들 음악의 지문 같은 존재다. 남상아는 “소닉유스(미국)부터 큐어(영국), 심수봉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았지만 내 방식대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상중(喪中)인 성기완은 “기쁘지만 맘이 복잡하다. 열심히 한 멤버들에게 오늘 맘껏 기뻐하지 못하게 해 미안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들은 이번에 ‘최우수 모던록 음반’(‘드림토크’)과 ‘최우수 모던록 노래’(‘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까지 3개 부문 상을 거머쥐었다.
남성 3인조 버스커버스커도 ‘최우수 팝 음반’(‘버스커버스커’), ‘최우수 팝 노래’(‘여수 밤바다’),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그룹)을 수상해 3호선 버터플라이와 함께 올해 최다 부문 수상자가 됐다. ‘강남스타일’의 싸이는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았다. ‘올해의 신인’상은 록 밴드 ‘404’, 공로상은 ‘아침이슬’의 김민기에게 돌아갔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8일부터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의 음악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출연해 미국 음악계의 평가를 받는다. 이 밴드는 2년 연속 초청됐다.
한국대중음악상은 2004년 ‘한국의 그래미 어워즈’를 표방하며 제정됐다. 대중음악평론가, 기자, PD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올해는 71명)의 투표와 회의로 매년 수상자를 결정한다. 올해 선정은 2011년 12월 1일부터 2012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음반을 대상으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