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순 주교황청 한국대사 “베네딕토 16세, 한국 방문 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정말 한국에 가고 싶은데….”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금년 초 로마 교황청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 때 한홍순 주교황청 한국대사(70·사진)에게 “한국에 가는 게 하느님의 은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4일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개최일을 정하는 제1차 추기경 전체회의가 열린다. 이를 하루 앞둔 3일 한 대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베네딕토 16세야말로 자기 비움의 모범을 가장 잘 보여준 교황이었다”며 재임 도중 한국 방한이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한 대사와의 문답.

―교황이 떠나시는 모습을 봤나.

“교황님을 배웅하는 다마소 소광장에서 뵈었다. 차에 오르시기 전 두 팔을 벌리고 웃으시는데 옆에 서 있던 비서들은 물론이고 국무원장, 부원장, 외교장관이 모두 눈물을 흘리더라. 교황께선 오히려 편안하고 담담한 표정이셨다. 베네딕토 16세가 강경한 보수주의자라는 비판도 있었는데 스스로의 결심으로 가장 높은 자리를 내려놓은 건 보수나 진보로 구분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위대한 분이셨다.”

―한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는데….

“다 알아보셨고 직무 수행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수척해지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부축이 필요할 만큼 쇠약해졌지만 가까이서 들으면 목소리도 매우 정정하고 말투도 또렷했다. 정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셨다.”

―최근 교황청 내 권력투쟁과 부패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는데….

“이탈리아 신문들이 말도 안 되는 보도를 하고 있다. 보도처럼 심각한 문제들이 교황청에 있었다면 그분은 오히려 남아서 해결하셨을 것이다.”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는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사제의 성추행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건 가톨릭교회를 음해하려는 세력이거나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교회 전체의 책임이며 정말 부끄러우며 반성할 일이다. 예방이 중요하다. 사제 교육을 더 강화하고 평신도 양성도 철저히 해야 한다. 교회가 쇄신하고 성직자와 신도들이 회개하고 자기정화를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임 교황이 후임 교황 선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나.

“자진 사임은 교회를 위한 기도와 순례자로 마지막 인생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다. 후임 교황에게 누가 될까 봐 저술 출판 작업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콘클라베는 완전히 백지에서 시작된다.”

―전임 교황은 한국에 못 오셨는데….

“한국 교회는 ‘가장 역동적’이라고 누누이 말하셨다. 또 독일 출신이어서 한국의 분단의 아픔을 잘 알고 계셨다. 금년 초 신년 하례식 때 내가 ‘한국 국민과 신도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방한을 부탁하니까 내 두 손을 꼭 잡으시면서 ‘나도 정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아쉽다.”

―추기경 회의에서는 무엇을 하나.

“교황 없이 진행되는 유일한 전체 추기경 회의다. 교회가 역사 속에서 나아갈 길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 콘클라베 날짜를 정하고 자연스레 차기 교황에 대한 의견들이 드러날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한홍순 주교황청 한국대사#베네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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