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국민감정이 크게 대립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연 500만 명의 교류로는 안심할 수 없다. 교류의 폭을 훨씬 늘려야 한다.”
일본 외무성을 은퇴해 올해 초 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새 이사장에 취임한 오노 마사아키(小野正昭·67·사진) 씨는 최근 도쿄의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두터워진 한일 민간교류가 양국 관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83년 설립된 교류기금은 올해 12월로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청소년을 중심으로 2만5000명의 교류 실적을 쌓았다. 오노 이사장은 이들의 근황을 추적해 이제는 추억 속에 묻힌 네트워크를 모두 되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사장직에 지원한 계기는….
“처음 모집 공고를 봤을 때 ‘운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중학생 때 같은 반에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 서로 집을 드나들었을 정도로 친했다. 외교관이 되기로 한 것도 그의 영향이었다. 1970년 외무성에 들어가 41년간 근무했는데 줄곧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북한도 10여 차례 방문했다.”
―한일 관계가 답보 상태다.
“과거에 비해 지난해의 정치 외교적 긴장은 민간 분야에 별 영향을 안 주고 있다. 그 사이에 축적된 교류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류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한일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 양국 간 교류 규모는 한 해 1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500만 명으로 늘었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교류의 내용도 중요할 것 같다.
“청소년 교류가 제일 중요하다. 내 경험을 봐도 중고교생 때의 만남은 평생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국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동일본 대지진이 난 동북 지방에서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잔해 처리 등 자원봉사를 했다. 소박한 교류지만 이런 추억이 개인이나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국 정부에 바라는 점은….
“한일 정부는 여론을 반영해 민감한 발언들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일본은 2000년 역사상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과 신뢰 관계가 없으면 국제 사회에서 존경받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외교관 후배들에게도 꼭 한 번 한국 근무를 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근무한 외교관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도 넓어진다.”
△1946년생 △히토쓰바시대 경제학부 △1970년 외무성 근무 시작 △주한일본대사관 참사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일본대표, 주멕시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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