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정부는 8일 해컨색에 있는 카운티 법원 내 ‘메모리얼 아일랜드’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행사를 가졌다. 미 지방정부가 주도해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여성의 날’인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인권을 유린당했던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여성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가 미국인의 손으로 세워져 의미가 컸다.
행사에는 캐서린 도너번 버켄카운티장과 빌 패스크렐(민주·뉴저지) 연방 하원의원 등 정치권 인사, 한인단체 및 아시아계 커뮤니티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림비에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 노예’로 강요당한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십만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한다’는 글이 새겨졌다. 기림비 옆에는 노예제도로 희생된 흑인과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아르메니아 대학살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비가 나란히 서 있다.
도너번 카운티장은 지난해 10월 한인 사회의 주선으로 경기 광주의 ‘나눔의 집’을 방문한 뒤 기림비 설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꼭 미국 사회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2차 대전 당시 유린되었던 여성 인권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크렐 연방의원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는 우리의 노력”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림비는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 뉴욕 주 낫소카운티, 로스앤젤레스 등에 이어 미국 내 네 번째로 세워지는 것이다. 기존 기림비가 한인 단체나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관여해 세워졌다면 이번에는 미 지방정부의 결정으로 처음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뉴저지 주 한인 단체들의 모임인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 추모위원회’가 건립 비용을 댔다. 위원회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는 “비록 교포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 비용을 마련했고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여성의 인권을 다뤘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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